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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일기

1987년 봄...

by 오늘, 분다 2022.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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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가방 열어봐", "왜.. 왜요?"



1987년 봄. 나는 자연과학대학 신입생.
입학하고 학기초에는, 친구(집에서 번데기 먹던)와 도시락을 싸와서 같이 먹고
수업이 없을 때는 문창회관에 있는 컴컴한 음악감상실에 앉아서 듣다 졸다 했다.

입학하자마자 학생들은 시위, 데모를 하고.
등하굣길에 최루탄 쏘아 대는 바람에 눈물 콧물...
학교앞 지나가다 바로 코앞에서 최루탄 터질 때는,
학교 정문 앞에 있는 셔터 반쯤 내린 서점으로 피신하여 들어간 적도 있었다.
뭣 때문에, 보도블록 깨서 던지고 화염병을 던지는지 최루탄을 쏘아대는지 잘 몰랐고
어려웠고 알려고 하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
그러던 중 4월 6월에는 대학 첫 중간/기말고사를 거부하자는 투표를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등학교 갓 졸업한 20살짜리 현역들은,
뭔가 찜찜 하지만 예비역 아저씨들과 선배들이 하자는 대로 거의 따랐다.
기말고사는 전면 거부하였다.
길거리마다 군중들이 걸어 다니며 시위를 하였다.
나는, 시험도 없는 김에 학교 안 가는 날에는 집콕했다.
생각하면 그 당시에도 그 이후에도 시위 행렬에 동참한,, 적이 없다..


하루는 등굣길에
전경인지, 백골단인지 경찰 같은 사람이
가방 안을 보여 달란다.
내 비주얼이 예나 지금이나,,
가방 안에 사상서적이나 화염병이 들어 있게 생겼나.
가방도 딱 화염병과 재료들 넣기 좋은 사이즈?


전경인지 백골단인지 : (아침에 학교 가는 구트를 불러서는) 학생, 가방 열어봐.
구트 : 왜.. 왜요? (바들바들 떨면서 통가죽 가방을 연다)
전경인지 백골단인지 : (가방 안을 들여다 보고) ... ... ... 학교 가보세요...
구트 : (땀 삐질..)... ...

 

당시 나의 통가죽 가방에 들어 있던 소지품들. 코발트블루 가디건 입은 구트.



그 통가죽 가방은 언니가 사서 안 쓰기에,
내가 한동안 들고 다녔는데
보기에는 커 보여도 A4 크기만 한 노트 하나 둥글게 말아 넣으면 딴 거 들어갈 자리가 마땅 찮았다.
책가방으로 쓰기에 부적합한 모양이었는데,
무겁게 때려 넣고 다니다가 매는 줄이 끊어졌고
그래도 손으로 들어서 가죽이 닳도록 썼다.


* 덩치만 컸지 운동신경도 없고, 체력도 없고, 발목에는 이제 철심까지 들어 있고..
사람 많은데 가면 불편하여 혈압이 확~! 오르는 구트.
내가 보기에 정의롭지 못한 일을 보면, 나 혼자서 분노하고 괴로워하는데..
정의와 안정의.
선과 안선.
공평과 안공평.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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